프릴드 샤크는 8천만 년 전 공룡 시대부터 살아남은 원시 상어로, 심해의 어둠 속에서 진화를 멈춘 채 살아가는 살아있는 화석이다. 독특한 외형과 느린 생태로 고대 생명의 신비를 보여준다.
1. 8천만 년의 시간을 건너온 생명, 프릴드 샤크의 발견
바다는 언제나 인간에게 신비로운 공간이다. 파도가 잔잔히 부서지는 수면 아래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생명들이 숨 쉬고 있다. 그중에서도 프릴드 샤크(Frilled Shark)는 인간이 바다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있어 특별한 존재다. 이 상어는 약 8천만 년 전, 공룡이 지구를 지배하던 시대부터 지금까지 거의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살아남았다. 과학자들은 이 생물을 ‘살아있는 화석’이라 부른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프릴드 샤크는 목에 여섯 쌍의 주름진 아가미를 지니고 있다. 이 주름은 마치 고풍스러운 옷깃처럼 펼쳐져 있으며, 그 독특한 형태 덕분에 ‘프릴드(Frilled)’라는 이름이 붙었다.
프릴드 샤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상어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예리한 삼각형의 이빨을 드러내며 빠르게 헤엄치는 백상아리와 달리, 프릴드 샤크의 몸은 길고 유연하다. 마치 바다 속 뱀장어처럼 구불거리며 천천히 움직인다. 사람들은 처음 이 생물을 발견했을 때 그것이 상어인지조차 몰랐다. 1884년 일본 근해에서 어부가 처음 이 생물을 잡았을 때, 학자들은 고대 생물의 잔재를 눈앞에서 본 듯한 충격을 받았다.

2. 진화를 멈춘 형태, 프릴드 샤크의 외형적 비밀
프릴드 샤크의 몸길이는 보통 1.5~2미터 정도로, 수컷보다 암컷이 약간 더 크다. 길고 유연한 몸체는 마치 고대의 해룡을 연상시키며, 머리부터 꼬리까지 매끈하게 이어져 있다. 입은 머리의 정면에 위치해 있는데, 이는 다른 상어들과 가장 크게 구별되는 특징이다. 대부분의 상어는 입이 머리 아래쪽에 위치해 있지만, 프릴드 샤크는 먹잇감을 정면에서 삼키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입 안에는 300개가 넘는 가느다란 바늘 모양의 이빨이 여러 겹으로 배열되어 있다. 이 이빨은 모두 안쪽을 향하고 있어, 한 번 삼킨 먹이는 절대 빠져나올 수 없다. 이러한 치열은 원시 상어의 형태를 그대로 간직한 것으로, 프릴드 샤크가 얼마나 오랜 세월 동안 변함없이 살아왔는지를 보여준다. 눈은 작고, 등지느러미는 뒤쪽으로 치우쳐 있으며, 꼬리지느러미도 짧고 뭉툭하다. 대신 몸 전체가 유연하게 움직여 물살을 타듯 부드럽게 이동한다.
흥미로운 점은 프릴드 샤크의 색이다. 대부분의 개체는 회갈색 혹은 어두운 회색을 띠는데, 이는 빛이 닿지 않는 심해 환경에서 자신을 숨기기 위한 위장 효과를 준다. 실제로 심해 카메라에 포착된 프릴드 샤크는 거의 그림자처럼 움직이며, 주변의 바위나 해저 지형에 완벽히 녹아든다. 이런 특징 덕분에 사람들은 오랜 세월 동안 그 존재를 거의 알아채지 못했다.
3. 깊은 어둠 속의 사냥꾼, 프릴드 샤크의 생태와 번식
프릴드 샤크는 수심 500~1,500m의 깊고 차가운 바다에서 살아간다. 이곳은 햇빛이 닿지 않고, 기압이 엄청나게 높은 곳이다. 인간의 잠수정조차 오랜 시간 머무르기 어려운 환경이지만, 프릴드 샤크는 이곳을 자신만의 안식처로 삼고 있다.
프릴드 샤크는 빠르게 움직이지 않는다. 대신 천천히, 조용히, 그리고 끈질기게 먹잇감을 추적한다. 움직임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유영하다가, 먹잇감이 가까이 오면 순간적으로 몸을 S자 형태로 휘감으며 덮친다. 그 순간의 속도는 상상 이상으로 빠르다. 먹잇감이 무엇이든 간에, 한 번 물리면 절대 빠져나오지 못한다. 주로 오징어나 심해 어류, 갑각류 등을 먹는데, 먹이가 많지 않은 심해에서는 어떤 먹이든 귀한 자원이다.
프릴드 샤크의 번식 또한 독특하다. 이 상어는 태생으로 새끼를 낳는데, 임신 기간이 무려 3년 가까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척추동물 중 가장 긴 임신 기간으로, 심해의 낮은 온도와 느린 대사 속도 때문으로 추정된다. 새끼는 태어날 때 이미 완전한 형태의 작은 상어로 태어나며, 곧바로 독립해 살아간다. 이런 점에서 프릴드 샤크는 ‘느림의 진화’를 상징하는 생명체라 할 수 있다. 급격한 변화를 거부하고, 오랜 시간에 걸쳐 완벽히 적응해온 결과가 바로 지금의 모습이다.
4. 인간이 마주한 고대의 유산, 프릴드 샤크 보존의 가치
현대 인류는 기술의 발전 덕분에 심해를 탐험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바다의 90% 이상은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프릴드 샤크는 그 미지의 세계를 대표하는 존재다. 사람들은 이 상어를 통해 지구의 진화사를 간접적으로 엿본다. 수천만 년 전 공룡과 함께 존재했던 생명이 아직도 바다 어딘가에서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경이롭다.
하지만 최근 들어 프릴드 샤크의 서식 환경이 점점 위협받고 있다. 해양 온도 상승, 오염, 심해 자원 채굴 등이 서서히 그들의 서식지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프릴드 샤크를 ‘지표 종(Indicator Species)’으로 지정해, 해양 생태계의 변화를 감지하는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만큼 이 종은 심해 환경의 건강함을 상징한다.
인간이 프릴드 샤크를 보호한다는 것은 단순히 한 종의 생물을 지키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지구 생명의 진화사를 지켜내는 일이며,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기억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바다 깊은 곳에서 여전히 유영하고 있을 그 고요한 그림자는, 어쩌면 인류가 잃어버린 ‘시간의 조각’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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